사례관리 제도적 보완이 아동학대를 근절할 수 있다
지난달 천안과 창녕에서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최근 아동학대 사건 이후, 국회에서는 사회적 약자인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과 법률 마련으로 분주하다. 현재 21대 국회에는 아동학대 처벌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법률 개정안과 민법상 부모의 징계권을 삭제하고 아동 체벌 금지를 의무화하는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아동보호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실무자로서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법률과 제도 개선은 환영하는 바이나, 한편으로는 재학대 근절을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이 포함되지는 않은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든다.
아동권리보장원에서 발간한 ‘2018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한 해 동안 아동학대로 판단된 사례는 24,604건이다. 이중 부모에 의해 발생하는 아동학대 비율은 76.9%, 재학대 비율은 95.4%에 이른다. 따라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할 경우, 학대행위자에 대한 처벌 강화 및 피해아동을 보호하는 방안 외에 제도권 안에 들어온 학대행위자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주요 업무는 아동학대 신고접수와 현장조사 그리고 재학대 위험이 소멸할 때까지 피해아동과 학대행위자에 대한 지원 계획을 수립하여 실천하는 것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은 아동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복잡한 문제로 얽혀있는 아동과 가정의 상황에 개입하여 통합적인 지원을 한다. 필자는 지난 9년간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으로서의 현장 경험을 토대로 현실적인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다음과 같은 3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아동학대 가정에 특화된 사례관리 계획과 통합적 지원이 필요하다. 아동학대는 아동이 스스로 예방하거나 대처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학대행위자의 변화가 동반되어야 근본적으로 중단될 수 있다. 그러나 가정마다 사회, 경제 상황이 다르고 학대 원인이 복합적이기 때문에 각 가정에 맞는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필자가 근무하는 전남중부권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굿네이버스에서 연구·개발한 ‘아동보호 통합지원 전문서비스’를 바탕으로 사례 관리를 진행하고 있으며 분노 조절, 양육 기술 및 지식 습득, 아동학대 트라우마 치료, 전문적인 상담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고 있다.
둘째, 학대행위자를 포함한 가족 구성원 모두의 아동보호서비스 이용 경험을 통해 가정의 회복을 돕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학대행위자 대상 상담원의 상담 및 교육은 방임 가정의 부모가 집을 청소하게 만들고 자녀와의 관계에서 긍정적인 행동을 나타내도록 만든다. 굿네이버스에서 2016년부터 3년간 ‘아동보호 통합지원 전문서비스’ 효과성 검증을 위한 종단 연구를 진행한 결과, 서비스를 받은 가정의 재학대율이 그렇지 않은 가정보다 46.3%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셋째,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의 처우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동권리보장원의 올해 자료에 따르면,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은 1인당 월평균 64건의 사례를 담당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포용국가 아동정책’에서 제시하는 기준인 32건과 비교하여 2배 많은 수준이다. 높은 업무 강도로 인해,
2019년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의 이직률은 28.5%이며, 평균 재직 기간은 2.8년밖에 되지 않는다. 아동의 생명까지 책임지는 학대 관련 업무 특성과 사례관리 연속성 확보를 고려할 때, 상담원의 처우 개선 등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상담원 1인당 적정사례 수를 관리하여 학대행위자와의 접근성을 더 높이고 궁극적으로 재학대 위험 요인을 감소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해 발표된 ‘포용국가 아동정책’에 따라, 올해부터는 아동학대 현장조사 업무가 공공으로 순차 이관되어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더욱 사례관리에 집중하게 될 전망이다. 이와 같은 정책 변화에 발맞춰 21대 국회에서는 아동학대 재발을 막기 위한 전문적인 사례관리의 제도적 보완이 정책에 반영되어 대한민국 아이들이 안전하게 보호받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 제목 : [기고] 사례관리 제도적 보완이 아동학대를 근절할 수 있다
○ 매체 : 광주일보
○ 일시 : 2020년 8월 21일(금)
○ 광주일보 바로가기: http://www.kwangju.co.kr/article.php?aid=1597935600702388131&search=